[관찰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다] 관찰의 기술 [책리뷰]

관찰의 기술. 양은우. (출처 : yes24)

관찰이라고 하면 과학적 발견에나 쓰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기 쉽다. 한 때 생명과학을 전공하고, 대학원 공부까지 했던 사람으로서, 관찰이라는 말은 늘 내가 배우는 과학 교과서에서 등장했다. 그럼에도 관찰이란 단어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관찰의 사전적 정의는 사물이나 현상을 주의 깊게 조직적으로 파악하는 행위를 말한다. 관찰이라는 정의에도 나와있듯이, 관찰은 과학적 발견이나 탐구에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현상을 주의 깊게 보고, 고찰하고, 통찰을 얻을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면 어떤 사물이나 사람에 대해 주의를 가지고 살펴볼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관찰은 일상 속에서 하루에 수십 번도 넘게 일어날 수 있는 아주 흔한 행위이다. 

 

관찰이 일상에서 아주 흔히 일어날 수 있는 행위라면, 관찰은 우리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할까? 작가는 관찰을 통해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고, 사소하다고 여기는 것들을 관심을 가지고 관찰함으로써, 깨달음을 얻고,그 깨달음을 통해 성공을 발판을 삼을 수도 있다고. 작가는 가슴에 다는 뾰족한 압정이 거슬려서 벨크로를 개발한 이야기, 날개 없는 선풍기를 판매한 다이슨 회사의 이야기,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면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 질레트 이야기 등, 일상 속의 불편함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한 관찰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둔 사례들을 소개해준다.

 

관찰이 경제적인 부를 이루는 데에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성을 관심있게 관찰해 그녀가 좋아하는 것을 알고 이를 고백에 활용한 남자 이야기, 사업가와의 면담에 사업 파트너의 취미를 단시간에 찾아내 성공적인 비즈니스로 이끈 이야기 등, 관찰은 인간관계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형성하는가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 자기 자신의 내면에 관심을 가지고 관찰한다면, 내면의 철학적 성장이나 정신적 성숙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어떻게 보면 관찰이라는 것은 삶의 전반적인 통찰력을 갖는데 필수적인 요소일지도 모른다.

 

이렇듯 관찰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관찰은 타고 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작가는 관찰은 꾸준한 관심과 노력, 그리고 연습을 통해 얼마든지 기를 수 있다고 한다. 관찰을 잘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관찰을 하는 행위 그 자체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관찰을 하려는 관심이 없다면, 관찰은 피상적인 몇 번의 노력으로 끝나고 관찰이 습관화되지 못할 거이다. 관찰을 습관화하기 위해서 일상생활 속에 관찰 대상을 하나 둘 정해놓고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출퇴근길에 보는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지속적으로 눈여겨본다든지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관찰한 결과는 기록으로 남겨서, 관찰한 것들을 잊지 않고 숙고해서, 다시 결과를 축적해 변화의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 사소해 보이지만, 출퇴근길에 하차하는 사람들을 꾸준히 눈여겨 관찰한 한 일본인 직장인은 자신의 관찰 결과를 토대로 한 매거진에 투고해서, 엄청난 발행부수를 기록했다고 한다. 작가는 에필로그에서 관찰력을 기를 수 있는 놀이나, 미술작품 감상을 하는 것도 좋다고 말한다. 예일대 의과대학에서는 미술작품 감상 수업이 필수라고 하는데, 의사에게 환자의 상태를 주의 깊게 살피고 파악하는 관찰력이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작가의 이야기에 나를 대입해 봤다. 나는 얼마나 관찰력이 좋을까? 이 책의 도입 부분에 있는 관찰력을 테스트하는 간단한 몇 가지 항목에서 생각보다 많은 문제를 틀렸다. 충격적이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늘 아는 문제라도 제대로 읽지 않아서 틀린 경우가 많았다. 그 동안 나의 덜렁거리는 성격 때문이라고만 생각하고, 제대로 돌아볼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사실은 세심함에 주의를 기울이는 관찰력의 부족이 원인이었다. 나는 일상에서 내가 관심 있는 것에만 주의를 기울이고 집중한다. 그래서 놀라울 정도로 주변에 관심이 없는 편이었는데, 앞으로 주변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도록 노력하는 것을 시작으로 관찰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