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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책 리뷰 서평 감상

[작은 인식의 변화가 모여 큰 변화를 만들길] 왜 세상의 절반은 아직도 굶주리는가? [책리뷰]

by 녕작가 2020. 11. 20.

왜 세상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먹을 것이 풍족한 세상이다. 물론 세상 어딘가에는 먹을 게 부족해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종종 유니세프 TV 광고를 통해 보이는 아프리카 아이들의 굶주린 모습들을 접해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에겐 와 닿지 않았다.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가 굶주린다는 사실은 나에겐 너무 막연했고, 기근이나 기아는 살이 찔 것을 걱정하며 '어떻게 하면 덜 먹을까'를 걱정하는 우리들에겐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세상은 더 발전해나가고 있으니 기근으로 인한 식량 문제는 날이 갈수록 줄어들 것이며, 기근과 기아는 아프리카 일부 국가의 사소한 문제라고만 생각해왔다.

 

그러나 책을 통해 접한 실상은 참혹했다. 매일 전체 인구의 약 7분의 1이나 되는 사람들, 10억 명 가량이 만성적인 심각한 영양 결핍과, 그로 인한 각종 합병증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매일 약 3만 7천 명의 목숨이 단지 먹지 못해서 앗아져 갔다. 비타민 A를 섭취하지 못해 영구적인 시력상실을 겪게 된 사람들만 매일 700만 명 정도가 된다고 한다. 대한민국 광역시 기준을 가뿐히 넘고도 남는다. 그리고 이러한 식량 부족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프리카에 국한된 문제만도 아니었다. 북한과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동부 유럽과 남아메리카에 이르기까지, 기근은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전염병과 같았다. 어디서부터 손봐야 될지 모를 암세포와 비슷하게까지 느껴졌다. 기근을 이루는 수많은 이유들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힘없는 사람들의 목숨을 옥죄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기구의 제한된 원조 활동으로는 사태 해결에 실직적인 도움을 줄 수 없는 실정이다.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의 이데올로기 하에 막대한 부와 권력을 소유한 국가들, 그리고 다국적 기업들은 그들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시장 경제를 조작한다. 식량 문제에 있어서도 예외가 없다. 국가적인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농작물의 수확 및 생산량 제한과 수출 정책, 시카고 곡물 거래소를 중심으로 매겨지는 곡물들의 가격 모두 자신들의 이윤을 극대화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세상 저 편에서 식량 부족으로 쓰러져 가는 아이들은 그들에겐 맬서스 이론에 따라 자연도태된 불가피한 희생일지 모른다. 권력의 부정부패와 군부의 갈등과 전쟁은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올바른 정책의 수립과 인프라의 건설마저 힘들게 한다. 설사 부르키나파소의 '상카라' 대통령이나 칠레의 '아옌데' 대통령처럼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바른 혹은 필요한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그것이 주위 국가들의 정치적 이익과 경제적 이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들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갈 뿐만 아니라 그들의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선출된 대통령마저도 말이다. 거기에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나 무분별한 개발과 벌목으로 인한 사막화는 이미 십자가에 못 박힌 채 태어나고, 또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에게 매서운 롱기누스의 창을 겨누고 있다.

 

이렇게 해결될 기미라고는 보이지 않는 암담한 현실 속에 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미약하게 보이기만 한다. 하지만 작가 '장 지글러'가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낄 줄 아는 유일한 생명체인 인간의 의식변화에 희망이 있다."라고 말했듯이, 이 책을 읽고 내가 갖게 된 의식의 변화는 결코 작지 않다. 나처럼 기근과 기아에 대한 참혹한 현실을 깨닫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간다면,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다수가 되어 세상을 올바르게 바꾸어나갈 힘을 얻어나간다면, 깨어질 것 같지 않은 높고 험한 돌산에도 사람들이 다닐 수 있는 깨끗한 길이 만들어지듯이, 세계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내가 전 세계에 존재하고 있는 굶주리며 쓰러져 가는 사람들을 위해 보탤 수 있는 사회 인식의 변화를 이루게 해 주었다. 앞으로 나는 언젠가 기근에 대해 누군가와 토론하거나, 혹은 관련 정책에 관해 투표할 날에 한 사람의 대변인이자 투표자로서 굶주린 세상을 힘을 보탤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단 한 명의 인식이라도 바뀌길 간절히 바란다. 이 책을 여러 사람들이 읽게 되고, 굶주림에 대한 의식의 변화가 점점 더 퍼져나가 사회의 여론, 그리고 전 세계적 여론이 형성되기를. 그리고 그 변화에 나의 작은 보탬이 기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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