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이 병은 아니잖아요?>라는 책의 제목은 나 같은 소심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딱 좋았다.
나의 소심함을 괜찮다고 보듬어 주고, 위로해 줄 것 같은 제목이 아닌가?
소심한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소심한 나의 삶을 당당하게 응원해 줄 것 같았다.
게다가 이 책의 저자는 방송경력이 15년도 넘은 베테랑 작가다.
그냥 작가도 아니고, 방송 작가이다 보니 소심해서는 안될 것 같은 직업이다.
방송 업계에서 일하는 소심한 작가라니?
방송 상황에서 소심한 성격으로 인해 겪을 많은 상황들이 그려지지 않는가?
산전수전 겪으며 갈고 닦은 저자의 '소심함에 대한 철학'을 우리에게 따뜻한 어조로 전해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이것이 내가 책을 읽기 전 제목을 보고 받은 감상이었다.
하지만 책의 내용은 내 예상과 많이 달랐다.
책의 전반에 걸쳐 이야기하는 것은 저자가 얼마나 소심한 사람인가를 보여주는 일련의 다양한 에피소드들이다.
그 과정에서 짤막하게 저자의 후회, 자기 위안, 혹은 앞으로의 결심 같은 것을 곁들인다.
그런데, 그 짤막하게 덧붙이는 후회나 자기위안, 결심 같은 것들은 저자만 할 법한 생각이 아니다.
소심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정도 생각은 한다. 장담컨대 99.9%. 특별할 게 없다.
딱히 우리를 위로해주거나, 설교하는 말도 없다.
오히려 자신의 소심한 일상을 담은 일기에 가깝다.
결국 이 책에서 관심깊게 볼 점은 '작가가 얼마나 소심한 사람인가'에 대한 이야기밖에 남지 않는다.
백화점에서 10만원이 넘는 필통 2개를 안 산다고 못하고 그냥 사 가지고 온 일들이나, 주문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일들, 지인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나 알림 메시지를 보고 자신의 이야기인가 걱정하는 이야기 등은 소심한 사람들이라면, '저 사람도 저렇구나. 나도 저런데.'라고 공감할 만하다.
내가 이 책에서 기대한 것은 "저자가 이만큼 소심한 사람이구나"를 느끼고 동질감을 얻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남의 일기를 읽는 것은 재미있지만, 내가 이 책에서 원하는 것은 아니었단 말이다.
오히려, 나보다 몇 년을 더 산 '소심 선배'로서, 내 성격의 좋은 점을 알아봐 주고, 앞으로 가져야 할 삶에 태도에 관한 힌트를 얻고 싶었다.
그런데 책에서 마주한 것은 나와 비슷한, 어쩌면 나보다 더 소심한 한 사람의 일상이었다. 특별한 깨달음은 없었다.
그렇다고 이 책을 나쁘게만 보고 싶진 않다. 물론 나에겐 맞지 않는 책이었다.
하지만, 소심한 사람들 중에는 "저 사람도 나랑 같구나"를 느끼는 게 절실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은 하나하나의 에피소드가 자기 위안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내 기대와는 너무 다른 내용이라 비판하는 듯한 글을 쓰게 되었다. 혹시나 이 책의 저자가 내 글을 본다면, 상처 받을까 걱정이다. 혹은, 내 글의 맞춤법이 엉망이라며 무시할지도... 부디 한 개인의 감상평으로 가볍게 넘어가 주셨으면 한다. 어쨌든 나 또한 저자의 에피소드 하나하나에 공감하며 책을 완독해 낸 한 명의 소심쟁이일 뿐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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