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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장의 이야기/일상과 생각

[스마일라식 후기] 스마일 라식을 하고 1개월이 지나다 #어나더 레벨의 안압 부작용

by 녕작가 2021. 1. 15.

수술을 결정하기까지

나는 눈이 많이 나쁜 편이었다. 내 주변에서 나만큼 눈 나쁜 사람을 드물게 만나면 신기하고 반가울 정도였으니까. 

양쪽 눈이 -6보다 낮았고, 난시도 심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늘 안경알은 늘 몇 번은 압축해야 했고, 그럼에도 두꺼운 안경알 때문에 테가 얇은 세련된 안경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럼에도 평생 동안 안경을 쓰고 살 각오를 하던 나였다. 얇은 테를 못쓰더라도 사실 뿔테 안경도 예쁜 게 많았다. 안경을 쓴 모습이 그리 손해라 생각하지 않았다. 나 스스로도 안경을 쓰는 것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라식을 하고 나서 도수가 없는 안경을 사서 쓰고 다닐까도 생각했을 정도다. 안경을 쓴 내 모습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것과는 별개로, 사실 안경을 쓰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 초등학생 때부터 썼던 안경인데도 말이다. 코로나 이후엔 오히려 더 불편해졌다. 안경을 쓰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마스크 때문에 습기 차는 안경알의 불편함을. 이 외에도, 운동할 때마다 흘러내리는 안경이 유발하는 짜증, 누워서 책이나 폰을 보려면 안경이 망가지는 것을 감수해야 하는 점 등 물리적으로 불편한 점은 너무도 많다. 

 

최근 시력 교정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코로나를 기점으로 과하게 불편해진 안경과 현재의 잉여로운 내 휴학 시점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번 휴학 시즌을 놓치면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안과 실습을 돌아본 동기들에게 혹시 안과 선생님들께 '라식/라섹을 해도 향후에 내가 수술과를 지원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 물어봐달라고도 하고, 나름의 정보를 모았다. 결국 시력 교정을 결정했다. 문제는 방법인데, 내 시력이 워낙에 낮아(초고도근시+심한 난시) 라식과 라섹은 불가능해 보였다. 라식이나 라섹보다 두 배 이상 비싼 렌즈삽입술밖에는 방법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렌즈삽입술로 유명한 병원에 검사를 예약했다. 그런데 문득 '내 눈이 축복을 받아 각막의 두께가 매우 두껍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 게 아닌가? 밑져야 본전이란 심정으로, 스마일 라식으로 유명한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 보았다. 

 

스마일 라식 수술을 하다

결과는, 매우 두꺼운 각막! 나는 560이 넘는 아주 '뚠뚠'한 각막의 소유자였다. 수술 후에도 440 이상이 남아 수술 진행이 가능했다. 다만, 나는 기존에 안구건조증이 좀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안구건조증이 더 심해질 거란 주의를 받았다 (근데 이게 이렇게 까지 심해질 줄이야...)

 

수술은 정말 금방 끝났다. 수술은 10분도 체 걸리지 않았다. 수술 과정 동안 쏘여지는 초록 불빛의 레이저를 보도록 안내를 받는다. 수술 도중에 각막층이 잘리면서 갑자기 불빛이 보이지 않게 되는데 그냥 처음의 그 시선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대로 시선을 유지하지 못해, 수술을 못하고 귀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나는 꼭 오늘 끝낸다는 마인드로 눈에 힘을 빡 주고 버텼다. 수술 과정 동안 간호사 분이 옆에서 손을 토닥토닥해주시는 데 이게 생각보다 꽤나 큰 안정감을 줬다. 덕분에 '레이저 잘 쳐다본다'고(?) 수술하는 의사 선생님이 칭찬해주셨다! 

 

처음의 칭찬이 무색하게, 곧바로 의사 선생님이 "왜 이렇게 움직여요! 눈 가만히 있어요!"라고 살짝 언성을 높이셨다. 절삭한 절편을 포셉으로 꺼내는 과정에서 포셉이 눈을 집는 게 느껴지는 데, 은근히 통증이 느껴져 무서웠기 때문이다. 고작 잠깐 각막절편을 꺼내는 것도 이렇게 무서운데, 만약 렌즈 삽입술을 했다면 어떻게 버텼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어쨌든 무사히 수술이 끝났다. 수술이 끝나고 한 30분-40분 정도는 원내에서 기다리는데, 처음엔 온 세상이 뿌옇다가 그 짧은 30분 동안에 서서히 시력이 올라오는 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이 때는 빛 번짐이 엄청나게 심해 집에 오가는 것 빼고 일상생활은 거의 불가능하다. 처음엔 안보이던 글자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좀 더 선명해지는 것이다. 다시 집으로 가는 길에는 마취가 풀린 탓인지 눈이 서서히 아프기 시작했다. 약국에 들러 타이레놀 2 알을 먹고 나서야 통증이 진정되었다. 또 수술 당일에는 드라큘라마냥 밝은 빛을 보면 더 아픈 느낌이 드는데, 그래서 방에 불은 다 꺼두고 박쥐처럼 지내다가 오후 8시도 안돼어 잠이 들었다. 

 

 

수술 그 후 

다음 날 아침, 신세계가 펼쳐졌다. 많은 사람들이 호소하는 빛 번짐은 거의 없었다. 책 읽기는 힘들어도 일상샐활은 충분히 가능했다. 책 읽기도 억지로 읽으려고 노력하면 읽을 수는 있는 수준. 병원에서 한 다음 날 검진에서도 특이 소견이 없었다. 항생제와 인공눈물, 프레드니손을 넣으면서 일주일 뒤에 다시 검사를 받기로 했다.

 

일주일 동안, 시력은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아직 필터를 낀 듯한 뿌연 감은 남아있지만 오른쪽 눈은 비교적 또렷하게 보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왼쪽 눈은 일주일이 되어도 책에 글자가 안보였다. 안 보이는 걸 떠나서 안구통이 간간히 느껴졌다. '이거 좀 위험한 거 아닌가' 싶은 불안함이 엄습. 

 

일주일 뒤 안압 검사를 하니, 왼쪽 눈의 안압이 '어나더 레벨'이었다. 정상치가 보통 10-20 사이인데, 200 근처라고... 그게 가능한 수치인가. 너무 높은 수치라서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싶기도 하다. 어쨌든 안압을 낮추는 약을 처방받고 나서는 왼쪽 눈의 시력이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안구 통도 사라졌다. 그 일주일 뒤 다시 잰 안압도 정상 수치로 내려앉았다.

 

안압이 정상 수치가 된 것과는 별개로, 나의 시력 회복은 유독 느렸다. 보통 하루면 회복이 다 된다는데 삼주, 그리고 한 달이 가까워 오는 시점까지도 내 시력은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특히 왼쪽 눈은 그나마 제일 상태가 좋을 때에도 아직 책을 읽을 때 글자가 좀 퍼져 보였다. 상태가 나쁘면 아예 글자를 보기 힘들었다. 

 

그러다 어제 오후(수술 후 한 달이 된 시점)를 기점으로, 서서히 시력이 안정화되고 있다. 오늘은 그동안 중에 최고로 안정하다. 여전히 안구건조증은 꽤 있는 편이지만, 조금씩 좋아지는 게 느껴진다. 오른쪽 눈은 최상이다. 왼쪽은 아직 살짝 흐린 감이 있지만 정시 기준에는 부합한다. 즉 안경을 안쓸 정도는 되는 셈. 남은 2개월 동안 더 좋아질 수 있기에 조심히 기다려보려 한다. 내가 향후에 수술과를 지원을 할 때, 빛 번짐 때문에 포기해야 할 일은 없을 것이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또렷한 세상을 기대해 본다.

 

*사실 스마일라식은 수술 후 바로 다음날 일상 복귀가 가능한 걸로 유명하다. 실제로 많은 환자들의 후기도 그렇다. 다만, 간혹 나처럼 회복이 느린 경우도 있는 모양. 나처럼 기존의 난시와 근시가 심한 사람들일수록 이런 느린 회복의 가능성을 염두해야 한다. 근시퇴행도 고도근시에서 더 많다 (이것만은 비켜가길 바랄 뿐). 다행히 나는 휴학 중에 수술을 해서 한 달가량의 회복을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었고, 더 기다릴 수 있다. 하지만 계속 글씨를 봐야 하고, 바쁜 수험생이나 직장인들은 이렇게 눈 회복이 느릴 가능성을 생각하고 수술을 결정해야 할 것 같다. 

 

 

 

 

 

 

안과 실습을 돌아본 동기들에게 혹시 안과 선생님들께 '라식/라섹을 해도 향후에 내가 수출과를 지원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 물어봐달라고도 하고, 나름의 정보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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