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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장의 이야기/일상과 생각

[병맛과 광고 사이] 요즘은 뜬금없는 광고가 뜨나? #인스타그램의 플래시카드 책광고를 보며 든 생각 #그랑사가 광고도 봤다 #요즘 광고의 트렌드?

by 녕작가 2020. 12. 4.

최근에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왜 인기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시대의 흐름을 알긴 해야겠기에 만들어는 놨다. 인스타그램은 친구들말고도 다른 사람들 사진도 보여주나 보다. 나는 내 사진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싫은데, 다른 사람들은 오히려 뽐내고 싶나 보다. 어쨌든 내가 하고 싶은 건 이 이야기가 아니다.

 

 

 

인스타그램에서 뜨는 사진들, 플래시카드들을 구경하다보면 인스타그램을 통한 책 광고가 많이 보인다. 책의 인상적인 글귀들, 혹은 사연들을 플래시카드로 따와서 흥미롭게 만들고, 플래시 카드의 가장 마지막 장에는 홍보하는 책의 표지를 보여주는 식이다. 

 

예전에 ‘관계’랑 관련된 인상적인 플래시카드가 있길래 눌러서 읽어봤다. 플래시 카드는 사람과의 관계, 관계를 정리하는 법에 대한 글들이었다. 근데 마지막에 뙇! 하고 나온 책은 <하버드 상위 1%의 비밀>...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 태그 검색 결과. 책 내용과 연관있는 것들도 있지만, 없는 것들도 눈에 띈다.

 

나는 이 책을 읽어 봤었다. 그것도 꽤나 인상깊게 읽었던 책이다. 심지어 이 플래시카드를 보기 전날 다 읽었다.

'뭐지 이 책에 그런 내용 전혀 없는데?' 

내가 혹시 플래시카드 내용을 잘못 읽은건가 싶어서 다시 확인해봤다. 아니다. 

그렇다면 책 광고가 아닌 게 아냐? 책광고도 맞다. 뭐지 이건... 

 

 

이건 마치, 피카츄 라이츄 파이리 꼬북이를 열심히 보여주고는, 디지몬 만화를 파는 격이 아닌가? 

슬램덩크 만화를 실컷보여주고는, "사실은 스피드왕 번개야"라고 말하는 격이 아닌가? 

이거 사기 아냐? 그런데 요즘은 이런게 먹히는 가 보다. 

 

 

이런 '뜬금없음'이 요즘의 트렌드인가 싶다. 내가 못 따라가는 것은 아닌가 하고. TV도 안 보고, 커뮤니티도 안 보고, 세상에서 너무 소외되어 살았나 싶다.

 

이 책 광고를 보니, 최근에 본 게임 광고가 생각났다. 그 게임 광고도 뜬금없었기 때문이다. 그랑사가라는 게임에 대한 광고였는데, 무슨 게임인지는 모르겠으나 광고 내용이랑 상관없는 건 확실하다고 믿는다.

 

 

포스팅을 쓰다, 이 광고를 다시 봤다.

아래는 광고의 풀영상 링크. (풀영상이 따로 존재한다는 것도 포스팅을 쓰면서 알았다. 짧은 버전만 봤었는데 이 광고 엄청난 스케일이었구나...)

 

 

그냥 유명한 배우 한두 명 쓴게 아니고, 대스타 배우들을 대거 동원했는데, 그들은 소위 말하는 병맛 연극을 한다. 

절대 이런 광고에는 안나올 것 같은 사람들이다.

심지어 초등학생으로 등장하는 듯. 신구조차 아역배우 김강훈에게 '형'이라고 한다... 정말 언벨런싱 그 자체. 

게임 광고인데, 게임이랑은 전혀 상관없어 보인다. 굳이 게임 내용을 찾자면, '저 게임은 검이 중요한가 보다.' 정도?

그런데 조회수는 6백만 뷰를 넘겼고, 좋아요가 1.4만이나 된다. 광고는 엄청난 인기를 끈 것 같다. 

 

어이없는 상황에 황당해하는 강훈이형...

 

이 광고에서 유일하게 정상으로 보이는 배우 김강훈. 이 광고를 다 보고 난 내 표정도 저랬을 것 같다. 이 광고의 기획자들의 의도와 생각이 궁금해진다. 

 

그런데 연관성과는 별개로 광고가 엄청 재밌었던 건 사실이다. 광고가 가득한 세상에서 러닝타임 10분이 넘는 광고를 집중해서 끝까지 다 보게 되다니 말이다. 

 

 

포스팅을 쓰면서 인스타그램 책광고와 이 게임 광고를 이렇게 만든 이유를 다시 생각해본다. 

 

우리는 광고를 참 많이 보며 산다. TV, 라디오 등의 전통적인 매체들의 광고는 물론이고, SNS, 유튜브, 인터넷 방송 모두 광고가 있다. 유튜브 영상 하나를 보려 해도 3초 광고, 5초 광고를 봐야 한다. 운이 나쁘면 스킵 버튼도 없다. 유튜브만 그런가, 각종 무료 앱들에는 기능 제한이 아니면 광고가 달려있다. 인터넷 뉴스 기사는 물론이고, 지금 내가 쓰는 포스팅에도 광고 배너가 달린다 (내가 설정한 거지만...) 광고를 하루라도 안 보고 사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세상이다. 심지어는 후기인양 올리는 광고까지 생기면서 뒷 광고라는 표현까지 생겼다. 광고가 많아지면서, 우리는 광고로 인한 피로도가 엄청나게 누적되었다. 그래서인지 광고라고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다.

 

영화 <롤러코스터>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 웃긴 광고로 화제가 되었던 오라메디. 이 광고는 오라메디의 효능을 웃기게 잘 풀어냈다. 

 

이렇게 마케팅으로 가득 한 세상에서 정작 광고에 실증을 내는 사람들은 많으니, 그냥 평범한 CF로는 제대로 된 마케팅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또한 사람들이 하루에 보는 광고가 수십 개 수백 개에 이를텐데, 이런 광고 하나하나를 어떻게 소비자들이 기억하겠는가? 심지어 그런 광고를 실증 내서 스킵해버린다면 더욱 답이 없다. 마케터들은 어떻게든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각인되는 광고를 만들고 싶었을 거다. 그래서 마케터들이 생각한 답은 '재미'였다. 재미있는 광고를 만들자. 최근의 대표적인 재미있는 광고가 '오라메디'광고가 아닌가. 그런데 오라메디 광고는 적어도 연고의 효능을 효과적으로 잘 표현했다. 웃기면서 광고 내용이 상품과 일치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오늘 내가 언급한 두 광고는 연관성도 없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나는 두 광고에 대해 서로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먼저 인스타그램의 광고를 보자. <하버드 상위 1%의 비밀>은 성공과 자기관리에 대한 도서다. 그런데 플래시카드는 관계를 언급한 문구들이 많다. 그 이유는 인스타그램 이용자들의 주된 관심사가 '관계 형성'이기 때문일 것이다. 인스타그램을 주로 누가 하는지 생각해보라. 인스타그램은 사람들과 관계하기 위해 존재하는 플랫폼이다. 관계 형성을 중요시하고,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할 확률이 높다. 또, 사진을 통해 주로 관계를 형성하다 보니 감성적인 사진이 주목을 끈다. 그래서인지 특히 인기에 목마르고,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세대가 많이 한다. 인스타그램의 핵심 계층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관계 형성과 자기 어필에 관심이 많은 10대에서 30대 초중반일 거다. (찾아보니 정말 이들 연령층의 이용 비율이 높았다) 반면 나처럼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들은 어린 나이 대여도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거나, 계정만 만들었을 거다. 

인스타그램의 핵심 계층인 10대와 20대 초중반 중에 성공과 자기관리에 목마른 애들이 얼마나 많을까? 많을 것 같진 않다. 그런데 이 트렌드에 민감한 계층의 반응은 광고에 큰 도움이 된다. 이들이 글을 올려주거나 공감해주면, 수많은 팔로워를 거느렸기에 광고효과가 배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포기하자니 아까운 거다. 그래서 광고 기획자들은 묘수를 낸다. 그러니 이들이 관심 있어할 만한 플래시카드를 만들자고. 그러면 이 사람들은 책은 안 읽더라도 알아서 이 플래시카드에 '좋아요'를 눌러주고, 이 글을 공유해 줄 것이다. 바야흐로 광고는 바이럴 하게 퍼지게 된다. 실제로 많은 포스팅에서 좋아요 3,000개를 돌파했다. 9,000개가 넘는 좋아요도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나의 뇌피셜, 뇌내망상이다.(☆틀릴 헛소리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 어쨌든 이렇게 생각하면 나의 의문이 풀린다.

물론, 한 개인이 만든 플래시카드가 우연히 바이럴 하게 퍼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그랑사가> 광고는 좀 더 심플하게 접근이 가능하다. 신구, 유아인, 김강훈, 이경영, 양동근,...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대배우부터 김말년, 주호민같은 인기웹툰작가들이 열연하는 병맛 극장. 배우들 이름만 들어도 광고비가 걱정되지 않는가? 광고를 보지 못한 사람은 "그런 광고가 있긴 있어?"라고 궁금해하지 않을까? 심지어 그 광고는 게임이랑 별 상관도 없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 모두 초등학생으로 등장한다. 그런 광고에 대배우들이? 호기심을 유발하기 딱 좋다.

광고 시장이 경쟁이 치열하고, 재미없는 광고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은 소비자들도 이미 많이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는 재미있는 광고들 마저 넘친다. 여간 경쟁이 쉽지 않다. 그래서 이 광고의 기획자는 차별화 요소로 <뜬근없음>까지 끌여들어 버린 것은 아닐까. 광고의 후미에 성우가 "미안하다. 이거 보여주려고 어그로 끌었다."라는 대사를 보면 유추할 수 있다. 의도한 뜬금없음이라는 거다. 이슈화를 노린 뜬금없음일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이슈화는 성공한 듯하다. 

 

 

광고는 더 이상 제품만을 광고하지 않는다. 광고는 이제 '제품을 광고한다는 것'을 광고하기도 한다. 나쁘게 보고싶지 만은 않다. 소비자들에게서 선택받으려는 마케팅 나름의 진화일테니 말이다. 마케터도 알고 광고를 보는 소비자도 아는 뜬금없음이라면, 병맛은 소비자의 선택일 뿐이니 말이다. 소비자에게 해가 없다면  짧은 웃음과 재미를 주는 광고가 있어 나쁠게 뭐가 있겠는가? 어쩌면 이게 시대의 흐름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정말 피카츄 라이츄 파이리 꼬부기가 등장하는 디지몬 광고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다만, 인스타그램의 저 광고는 한 개인의 플래시카드에서 시작된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바이럴이 아니라 광고마케터의 의도라면, 사람을 의도적으로 속인 것으므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저 플래시카드를 보고 책을 구매한 사람들이 기대한 내용은 전혀 보상받지 못하지 않는가.

 

 

 

 

자기 전에 인스타그램을 보고 생각나서 짧게 쓰고 자려고 했는데, 글을 쓰면서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글을 계속 쓰게 되어버렸네요... 아예 다른 광고들을 전체적으로 분석할 뻔 했습니다. 새벽이라 이 정도로 끊은게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저에게는 이번 포스팅이 제 안에 잠들어 있는 투머치라이터의 본능을 확인한 포스팅이네요.

그저 광고보고 했던 잡생각이라 가볍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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