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 공부법

[오늘도 딴 짓했어?] 내일의 나를 믿지마라.

by 녕작가 2020. 7. 29.

상황 1: 왠지 공부하기 싫은 날이 있다. 머리도 아프고, 기분도 우울하다. 

          오늘은 날이 아니니 내일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상황 2 : 공부를 시작했다. 오늘 목표한 분량의 30% 정도 끝낸 것 같다. 30% 정도는 했으니, 10분 정도 쉬었다가 해야겠             다고 생각한다. 게임 어플을 실행한다. 10분이 끝났다. 10분 만 더, 10분 만 더, 한 게임만 더... 이렇게 몇 시간이             흘렀다. 나 스스로에게 실망한다. 오늘은 이만하고 내일부터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상황 3 : 오늘만큼은 기필코, 목표치를 다 채우겠다고 생각한다. 한 시간쯤 공부하니 졸음이 쏟아진다. 30분만 자야겠다             고 생각한다. 30분 뒤에 알람이 울린다. 30분을 잤는데 도저히 일어나기 힘들 정도로 졸리다. 30분 뒤로 다시               알람을 맞춘다. 그렇게 몇 시간 자고 나니, 벌써 저녁이다. 오늘의 목표치를 다 달성하긴 글렀다. 남은 시간 조금             더 한다고 큰 의미도 없을 것 같다. 내일 더 열심히 하기로 다짐한다.

 

상황 4 : 마음먹고 공부하려고, 아예 집에서 먼 도서관으로 왔다. 그런데 왠 걸. 오늘 공부하려고 했던 수학이 아니라,                 국어책을 챙겨왔다. 

 

상황 5 : 오늘은 왠지 집에서 공부하면 엄청 잘 될 것 같다. 독서실 정기권을 끊었지만, 집에서 공부하면 자기 전까지 쭉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집에 가서 공부해야 겠다고 생각하고 집으로 간다. 방에 컴퓨터가 있다. 왠지 게임 한               판은 하고 시작해도 될 것 같다. 관성적으로 컴퓨터를 켠다. 그렇게 새벽까지 게임을 한다. 

 

 

익숙한 상황이 아닌가? 많은 학생들이 한 번은 겪었을 법 한 상황을 몇 가지 적어봤다. 왜 이렇게 잘 아냐고? 나도 다 겪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위 상황들의 문제는 무엇일까? 여러가지를 찾을 수 있겠지만, 나는 딱 세 가지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1. 잘못 1 : 공부에 '최적의 타이밍'이 있다고 믿는다.

  왠지 오늘은 공부가 하기 싫은 날이 있다. 오늘 푹 쉬면 내일 더 잘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근데, 그 '더 잘할 수 있는 날'은 생각보다 자주 오지 않는다. 그렇게 드문드문 명절처럼 오는 '최적의 날'에만 공부를 할 것인가? 취미로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원하는 바를 결코 이룰 수 없다. 꾸준히 공부하는 사람들은 그런 날조차 공부한다. 그들 나름대로 수면 시간을 조절하는 등 컨디션을 조절할 것이다. 그렇다고 매일 같이 '최적의 컨디션'일리는 없지 않겠는가? (당연하지만 열이 39도 가까이 되고, 머리가 깨질듯이 아픈 그런 경우는 제외다.)

 

  시험치는 날조차도 최적의 날이 아닐 수 있다. 예민한 사람들은 배가 아프기도 하고, 가슴이 쿵쾅거릴 정도로 떨리기도 하다. 유달리 그 날 아플 수도 있다. 혹은 시험 전 날 심지어 실연을 당하기도 한다. 실제 내 경험담으로, 나는 정신과 시험 전날에 실연을 당한 적이 있다 (나는 이 날조차, 여자친구를 보러가는 버스 안에서도 눈물을 뚝뚝흘리면서 공부했다. 그래서 성적은? A+). 세상일은 어찌될지 모르는 거다. 여러분의 시험날도 마찬가지다. 차라리, 컨디션이 안좋더라도, 시험을  잘 볼수있는 역량을 기른다고 생각하는 게 어떨까? 그래서 오늘 공부 컨디션이 안좋아도, 오늘은 날이 아닌 것 같아도, 쭉 졸다가 공부할 시간이 1시간, 30분 밖에 안남았아도, 수험생이라면 10분이라도 공부해야 한다. 

 

  신기한 점은 정말 최악의 컨디션인 것 같아도 막상 공부를 시작하면 잘된다는 것이다. 공부를 하다가 집중이 너무 안되는 타이밍이 있다. 이때 조금만 참고 더 공부해보라. 5분 정도 바람을 쐬고와고 좋다. 끈질기게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공부를 하다보면, '오늘은 그 날이 아닌개벼' 싶던 최적의 타이밍이 그 날이 될 수도 있다. 끈질기게 엉덩이를 붙이다보면 몰입이 되는 순간이 온다. 어떻게 보면, 최적의 타이밍은 기다리는 게 아니라, 내가 직접 만드는 것이다.

 

 

2. 잘못 2 : 나의 하루는 완벽한 통제하에 하에 흘러가야 한다.

  조금만 자려다가 밤 늦게까지 잤다던지, 예상치 못한 과제가 생겼다던지 하는 상황이 있다. 이렇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미리 세운 계획이 흐트러진다. 내가 오늘 세운 공부 계획을 온전히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면 맥이 빠진다. 그래서 이 날은 실패한 날이라고 마음 속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이 계획을 고스란히 내일로 넘긴다. 이러한 생각의 오류는 성공의 최소 단위를 '하루'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미 하루 전체에서 보면 실패한 것이니, 남은 시간을 열심히 할 마음이 안드는 것이다. 어차피 10:0으로 지고 있고, 경기시간은 10분 밖에 안남은 축구를 생각해보자. 열심히 뛰기는 커녕 언제 이 게임이 끝나냐만 기다릴 것 같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 바꿔보자. 물론 하루는 중요한 성취단위이다. 그런데 성취 단위를 조금만 더 잘게 쪼개보자. 계획을 세분화해서, 각각을 성취단위로 생각해보자. 챕터 1, 챕터 2 각각이 성취단위가 되는 것이다. 1시간이 남았으면 챕터 반쪽이라도, 책을 훑어서 큰 제목만이라도 보고 잔다고 생각하자. 한 예로, 하루가 아니라 시간을 성취단위로 보는건 어떨까? 1시간이 남았든 30분이 남았든 혹은 겨우 10분밖에 안남았든, 아예 안하는 것보단 그렇게 조금이라도 훑어보면 내일은 더 많은 성취를 이룰 수 있다. 원래 불확실한 것이 인생이다. 공부라고 계획대로 흘러가진 않는다. 이러한 불확실함이 있더라도, 오늘 하루는 이미 땡인 것 같아도, 우리는 충분히 작은 성공을 맛볼 수 있다. 

 

3. 잘못 3 : 내일의 나를 믿는다.

  결론적으론 상황 1에서 5 모두 나 자신을 너무 믿어서 생긴 일이다. 왠지 내일의 나는 믿음직스럽다. 오늘은 각종 유혹에 굴복하고 말았지만 내일의 나는 철갑처럼 굳건히 자신의 자리를 지킬 것 같다. 유혹은 모두 뿌리치는 고귀한 귀족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그런데, 여러분이 게임과 TV, 당구, 술자리 등의 유혹에 굴복한 오늘의 나도 알고보면 어제의 내가 믿고 존경한 '내일의 나'였다. 여러분의 어제로 다시 돌아가보자. 지금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내가 믿고 바라는 대로 잘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왜 그런지 잘 생각해보자. 내일의 나를 지나치게 신뢰하고 있진 않은가? 내일의 내가 이 약속을 어기더라도 제재가 없진 않은가? '내일의 나'에 대한 순수한 믿음만으로는 무조건 내일의 나에게 배신당한다. 내일의 내가 오늘의 믿음을 배신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나는 이 시스템 구축의 일환으로 나는 보상과 벌칙 체계를 세웠다. 자세한 내용은 이 블로그의 <[꾸준한 공부를 위한 게임] 게임처럼 공부하자> (https://2ggulda.tistory.com/21?category=807365) 포스팅을 참고하기 바란다. 내일의 내가 어제, 지난주에 세운 퀘스트 (계획)를 수행하지 못하면 나에게 제약이 생긴다. 반면, 다 수행하면 보상이 있다. 물론, 계속 이렇게 영원히 하진 않는다. 궁극적으로는 이 체계 안에서 습관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단 습관이 되면 어렵지 않다. 처음엔 매일 운동가는 것이 어려울 수 있어도, 일단 매일 오전에 운동을 가는 것이 습관이 되면 오히려 안가는 게 어색해진다. 평생 헬스장에 등록하고 한 달에 세 번 가는 것도 힘들었던 내가, 지금은 이 방법을 통해 일주일에 6번은 꼭 채운다. 이제는 재밌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꾸준한 공부를 위해 중요한 것은 내일의 나를 위해 미루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을 형성하는 것이다. 꼭 내가 제시하는 방법이 아니라도 좋다. 내일의 내가 나를 배신하게 내버려 두지 마라. 전략을 짜라. 은행이 여러분들에게 돈을 빌려줄 때 담보를 잡는 것처럼, 내일의 나에게도 담보를 잡아라. 어제의 나는 결코 오늘의 내가 호락호락하게 생각하지 못하도록 하라. 어제의 나와의 약속을 중요하게 여기도록 만들라. 그러려면 시스템이 필요하다. 

 

댓글